있을 법한 모든 것.
.
아이들이 어느 정도 커서 어린이집,유치원 초등학교에 보내게 되면 가정통신문을 받게 된다. 정중한 문장으로 한자도 섞어서 안내한다. 독서를 도통 하지 않는 학부모들이 이 통신문을 보고 단톡방에 해석의 질문들이 올라오곤 한다는 얘기를 듣고 설마 했는데,mz들이 자기들에게 이야기할 꺼면 어차피 필요에 의해서 말을 하는 거니 자기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쉽게 말하라는 글을 보고 지리산 청학동 툇마루에 앉아 곰방대를 물고 있는 어르신처럼 한숨을 쉴려던 찰나 이 책을 보면서 고3때 언어영역을 풀때처럼 2줄읽고 첫번째로 다시,3줄 읽고 첫번째로 다시,무한반복 하는 나를 마주하게 되었다. 특히 Q의 진혼은 보다가 너무 어려워서 아예 건너뛰었다. 단락이 길어서 긴 호흡을 따라가지 못할때도 많았고 문장은 이해할만한데 생각이 어려워서 헤매던 때도 많았다. 생각은 참신하고 문장은 어렵고 뜻은 깊은 책을 다 읽고 나면 왠지 모를 카타르시스도 느끼지만 왠지 모를 좌절감도 같이 느껴진다. 보통 이렇게 되면 좌절감을 느끼지 않게 쉽게 이야기해주세요. 하는 mz가 되거나 다시 도전하여 나름 이해했다고 느끼는 순간까지 가거나인데 당연히 후자로 가야 되지 않을까. 구병모의 글은 부족한 나를 일깨워주는 값진 언어들이다. 값지다는 것은 내가 부족할 때만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다.
.
.